'계약이관제도'...주름살 느는 금감원


[보험매일=손성은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사와 설계사 간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는 ‘계약이관제도’에 대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험사와 보험회사간 이해관계가 얽혀 금융당국의 의지대로 시행될 지는 미지수다.

계약이관제도란 보험계약을 체결한 설계사가 보험회사를 옮겼을 경우 모집한 계약을 계속 관리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해 제도도입을 위한 현황파악을 마쳤지만 설계사와 보험사 간 첨예하게 얽힌 이해관계와 설계사 또는 보험사 어느 한쪽에 계약관리 권한을 부여할 경우 발생할 부작용에 대한 마땅한 대안이 없어 제도 도입을 미루고 있다.

◇ 이해관계에 발목 잡힌 금감원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내년 중 ‘계약이관제도’ 도입을 단계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 계약이관제도 도입 방안을 구상하되, 계약관리 권한을 설계사와 보험사 중 어느쪽에 부여할 때 소비자 권익을 최대화 할 수 있을지 다각도로 검토한 뒤 방안을 선택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대한보험인협회는 소비자 선택에 따라 계약이관을 설계사에게 부여할 경우 보험사의 무분별한 실적 위주 영업 탈피와 승환계약, 불완전판매 문제의 감소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보험계약 유지수당도 합리적으로 받을 수 있다며 ‘설계사계약이관제도’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현대 대다수 보험사가 해촉 설계사에 보험계약 관리‧유지에 따른 유지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이를 이관 받아 관리하는 설계사에게도 평균적으로 유지수당의 30~50%만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보험인협회의 요구에 금감원은 지난해 현황파악 작업에 착수해 올해 마무리 한 뒤, 지난 3일 체결된 모집질서 개선 자율협약을 통해 제도 도입 여부를 결정하려 했다. 그러나 설계사와 보험사의 이해관계로 인해 제도를 도입하지 못 한 실정이다.

보험사는 실제 상품을 제조 판매하는 것은 보험사인데 타 보험사나 GA로 소속을 옮긴 설계사에 계약 유지 수당을 주는 것이 불합리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 제도 도입 사실상 시기상조
금감원이 제도도입을 미루고 있는 결정적 이유는 설계사와 보험사의 계약관리 권한을 설계사 또는 보험사에 부여할 경우 발생할 부작용을 방지할 대한이 없기 때문이다.

설계사에게 계약관리 권한이 부여될 경우 ▲30%대에 불과한 설계사 정착률로 인한 소비자 권익 제고 효과 하락 ▲계약이관 부여 이후 불완전 판매 등의 문제 발생 시 책임을 누구에게 묻을지에 대한 문제가 생기다.

현재와 같이 보험사에게 권한을 부여하면, 보험사의 양적 성장 정책에 따른 불완전판매와 승환계약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금감원은 보험사‧GA가 체결한 ‘모집질서 개선 자율협약’을 통해 이 같은 문제점이 해결되는지 여부를 지켜본 뒤 향후에도 문제가 지속될 경우, 보험사의 계약이관 관리 권한을 박탈하는 것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와 보험사 사이의 수수료 지급 등 이해관계를 제외하더라도 제도도입 이후 발생할 부작용으로 소비자 권익이 향상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사실상 소비자 선택을 통해 계약관리 권한이 설계사 또는 보험사에 부여돼야 하는데, 국내 소비자들의 상품과 약관 이해도 아직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특히 설계사에게 계약관리 권한이 부여되면,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배상책임 등에 대한 책임도 설계사들이 일정부분 짊어지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국내 보험산업과 설계 영업 풍토를 고려할 때 설계사에게 계약관리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