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직원 성과평가 제재...과도"



[보험매일=방영석기자] 보험금 부당 삭감으로 인해 제제를 받은 손해보험사들이 금융당국의 강한 제제 수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손보사들은 보험사기 적발과 보험계약 인수 심사(언더라이팅) 강화 등 적법한 손해율 개선 활동을 내부 평가에 반영했을 뿐, 고객에게 보험금을 덜 지급할수록 성과평가를 높게 받도록 내부 평가항목을 설계하지 않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 “금융당국 제재 과도…소비자 오해 살 수 있어”
29일 금융감독원 제재 공시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보험금 지급관련 성과평가 기준을 불합리하게 운영한 사유 등으로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등 3개 보험사에 과징금 최대 2,200만원과 경영유의 및 개선 등 기관제재를 내렸다.

해당 보험사들은 직원 내부 성과평가기준(KPI)에 불량계약 해지율과 보험금관리 및 면책률, 손해절감률 등 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사항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해당 손보사들은 금융당국의 이 같은 제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보험금 부당청구 행위 여부를 판단하기 모호했던 사안이 존재한 점은 인정하나 보험사 입장에서는 사실 여부 확인까지 보험금을 섣불리 지급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들 손보사들은 금융당국이 직원 내부평가를 통해 보험사가 의도적으로 소비자의 보험금 지급을 미뤄왔다 밝힌 것은 사실과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 소비자들의 보험금 미지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손해율 개선 효과와 이익이 크지 않을 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소비자보호 역량 강화 기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 같은 행위를 자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것.

손보업계 관계자는 “내부 직원 역량평가는 직원이 보험사의 손해율 개선에 기여하는 정도를 평가하는 과정이다”며 “병원이나 정비업체등 대규모 법인 고객의 보험사기 적발이나 언더라이팅 강화와 달리 개인 고객 보험금 미지급은 손해율에 유의미한 개선 효과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보호 강화를 천명했던 금융당국이 다소 지나친 제제를 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적법한 손해율 개선 활동을 내부 평가에 반영했던 손보사가 자칫 고객에게 보험금을 덜 지급하도록 조장했다는 오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 금융당국, 손보사 내부 성과평과 시스템 ‘철퇴’
반면 소비자단체는 해당 손보사들이 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내부 조직원을 동원, 소비자의 보험금을 부당하게 지급하지 않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수록 높은 성과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는 현 시스템에서는 직원들이 보험금 지급 심사 과정에서 보험금 삭감을 위해 부적절한 심사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또한 제재공시를 통해 해당 손보사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보험금 지급과 보험범죄 방지활동 강화 등 보험 소비자 보호 및 업무정확도 제고를 위한 항목 위주로 평가기준을 개선하라"고 권고,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손보사들이 손해율 개선을 빌미로 소비자에게 정당한 보험금 지급을 미뤄왔다는 사실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승진을 위해 보험금 삭감이 필요한 직원 입장에서는 법인 계약에 집중한다고 해서 개인 계약을 무시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명확한 사유 없이 과도하게 보험금을 미지급했던 손보사에게 보다 강한 처벌을 가해야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