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 “과실 비율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제도 개선 필요”



[보험매일=위아람 기자] 최근 자동차 사고 과실 비율 분쟁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7일 보험연구원 전용식 연구위원은 이날 개최된 ‘자동차보험 과실상계제도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과실 비율 분쟁 증가는 분쟁 조정 비용 등 사회적 비용 증가와 과실상계 제도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전 연구위원은 자동차 사고 과실 비율 분쟁은 2012년 개인용 차량사고 100건 가운데 0.75건에서 2015년 1.12건으로 연평균 14%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차량 가격이 상승해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손해액이 증가하고, 사고가 날 경우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대물사고 분쟁조정 청구 건수 가운데 24%가 외제차이고 약 40% 이상이 손해액 200만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 비중은 2012년 10%에서 2015년 9월 16.2%로 증가했다.

때문에 일반 운전자들은 외제차와 사고가 날 경우 고액의 배상 책임을 질 수밖에 없어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보험연구원의 분석이다.

일단 사고가 나면 사고 정황과 관련해서 공신력 있는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으며 사고 당사자끼리 주장이 대립하거나 사고에 대한 주장을 뒤집는 일도 허다하다.

이 때문에 과실 비율 분쟁에서 비율 산정은 기본 과실에 수정 요소를 가감하여 결정한다. 예컨대 '대형차가 사고를 냈느냐', '명확한 선진입을 누가 했느냐', '서행 또는 감속 불이행이 있었느냐' 등 11개의 수정 요인 중 입증된 것을 적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 접촉각도나 속도와 같은 사고 정황을 고려해 과실 비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2개 이상의 수정 요소를 적용한 사고의 경우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고 정황과 관련한 공신력이 있는 자료가 부족한 것이 분쟁이 빈발하는 원인 중 하나다.

교통사고 신고율도 낮다보니 경찰 보고서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3년 교통 사고 신고율이 19.3%에 불과한 실정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고 운전자들이 주장하는 내용에만 의존해 과실 비율을 정하다 보니 일관성 있고 형평성이 보장된 비율 산정을 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민원과 분쟁이 발생하는 것이다.

전 연구위원은 “수정요소 적용 가이드라인을 법원이 주도적으로 확립하고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교통 문화에 적합한 과실 비율 인정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며 “가이드라인의 작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계, 업계, 법조계, 경찰, 시민단체 통합의 T/F를 구성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과실 비율 산정 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우선 객관적인 사고 증거 확보와 수정 요소 적용의 일관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보험회사가 사고보고서를 작성하고 운전자의 서명 확인을 받는 것이 해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전위원은 “수정요소가 정의하는 과실 비율의 객관화,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반영한 수정요소 적용 개수 제한 등의 방안도 수단으로 제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