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가격 자율화’ 태생적 한계에 '발목'



[보험매일=손성은 기자] 22년 만의 대개혁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의 핵심이자 보험업계의 숙원 ‘보험가격 자율화’가 태생적 한계로 흔들리고 있다.

지난 2015년 금융위원회는 보험산업의 질적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보험산업 경쟁력 저해 요인으로 지목돼 온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당국의 사전심의를 거쳐야만 했던 상품 개발과 보험가격 결정권에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게 골자였다.

지난 1993년 선언적 의미로 그쳤던 ‘보험 자유화 조치’의 실질적 이행으로 평가받던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의 핵심인 보험가격 자율화는 실제 적용 2년도 못 돼 좌초하고 있는 모양새다.

엄밀히 말해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과 보험가격 자율화는 여전히 유효하다 할 수 있으나, 온전한 의미로써의 보험가격 자율화는 불가능하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인하를 유도한다는 방침을 뚜렷이 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부분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보험업계가 1조5,000억원의 반사이익을 얻었기에 이를 소비자들에게 다시 환원할 방안을 모색한다는 게 대략적인 내용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손해율 개선세가 뚜렷한 자동차보험의 보험료를 인하하라는 목소리도 거세다.

새 정부의 정책 또는 사회적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보험사 멋대로 보험료를 인상하게 둬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초유의 사태를 경험한 우리사회의 가치관은 급변하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사회를 지배한 ‘기업의 이윤 추구’라는 절대적 가치는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

소비자 이익 보호와 사회 환원 등 사회적 책임의 이행이 기업의 이윤 추구 자리를 앞질렀다.

보험사가 궁극적으로 가입자로부터 거둬들인 보험료로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셀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실손보험료 인하 유도 방침 역시 이를 고려할 때 이 같은 대의명분에 따른 것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보험업계 일각에선 보험산업의 특성과 우리사회의 성숙도를 고려할 때 보험가격의 완전 자율화는 요원한 일이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 시행 이전부터 새로운 제도에 태생적 한계에 대한 지적이 적지 않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은 보험산업에 대한 규제완화 대비 소비자 보호 기능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보험가격 자율화는 보험료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게 불 보듯 하다는 것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현재 도마에 오른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은 지속적인 손해율 악화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규제에 묶여 보험료 인상조차 쉽지 않았던 상품이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선 그 내밀한 사정이 어떻든 간에 그간의 숙원이었던 보험가격 자율성을 부여했으나, 현 상황에선 애초부터 허점이 많은 제도였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보험사가 가지는 공적 의미와 보험이 서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도외시하고, 기업 이윤 극대화라는 구시대적 가치관에 매몰돼 도입된 제도라는 비판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무책임하고 기계적인 태도를 탈피하지 않는 이상 보험업계의 보험가격 완전 자율화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제완화 등 제도변경 과정에서 보험업계와 의견을 일방적 수렴에서 벗어나 우리사회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제도 수립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출처 : 보험매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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