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보험 ‘갑질운영’에 멍드는 대리기사



[보험매일=방영석 기자] 금융감독원의 부실한 대책으로 대리기사들이 대리운전사업자와 보험대리점 등으로부터 보험료를 착취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다수 대리운전업체는 타사의 단체보험이나 대리기사의 개인보험을 인정하지 않고 가입을 원하는 대리기사에게 자사 단체보험에 중복 가입할 것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전국대리운전기사협회를 중심으로 금융당국에 대리운전업계의 갑질운영과 대리기사의 과도한 보험료 부담을 해결할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금융당국 대리운전보험 대책은 ‘반쪽짜리’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금융당국의 ‘대리운전보험 관련 서비스 개선방안’이 시행된 이후에도 대리기사들은 여전히 단체보험 중복가입을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가 많은 대리기사는 고객을 소개해주는 대리운전업체에 소속되려면 단체보험에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문제는 대다수 대리운전업체가 소속 대리기사의 개인보험이나 타 업체에서 가입했던 단체보험을 인정하지 않고 자사의 단체보험에 가입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리기사는 생계를 위해 다수의 단체에 소속될 수 밖에 없어 단체보험 중복가입과 이로 인한 과도한 보험료 납부라는 구조적 모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금융당국의 대리기사 보험료 부담 대책이 대리기사 업계의 고질적 문제점인 중복가입을 근절하지 못한 채 보험료 인하로 사태를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과거 금융감독원은 개선방안을 통해 업주 뿐 아니라 대리운전기사에게도 보험증권을 발행하도록 조치하고 대리기사가 보험료를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험사에 구축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당시 대리기사의 보험 중복가입 여부를 확인하거나 대리운전업체의 단체보험 중복가입 강요를 해결할 대책은 마련하지 못했다.

금감원이 보험사 단체보험 할증율을 축소하고 할인율은 인상함으로써 대리운전보험료가 급증하지 않도록 조치했음에도 불구, 대리기사들이 반쪽짜리 대책이라며 반발하는 이유다.

일부 대리운전업체가 단체 보험 관리 명목으로 대리기사에게 관리비를 추가로 납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대리기사의 보험료 부담은 더욱 심각하다.

특히 대리운전보험을 취급하는 일부 보험대리점은 대리운전업체와 결탁해 대리기사의 과도한 보험료 납부 문제점 악화에 일조하고 있다.

대리운전자가 부당한 보험료 부담을 항의하기 위해 금감원에 민원을 넣으면 대리운전업체에 압력을 가해 보험을 부당하게 해지시키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리운전기사협회 관계자는 “대리기사들의 과도한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리운전업체가 단체보험 중복가입을 강요할 수 없도록 조치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보험료 인하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금융당국의 대책은 근본적으로 반쪽자리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 대리기사 개별 가입 가능한 상품 확대 ‘시급’
대리기사업계에서는 보험업계가 대리기사 개별 가입이 가능한 대리운전보험 개발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험업계가 대리기사 특화 보험 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으나 특정 대리업체가 해당 상품을 독점적으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대리기사가 받는 혜택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리기사들은 동부화재와 KB손해보험이 최근 로지소프트에 독점적 판매권을 부여한 뒤 출시했던 ‘로지개인보험과’ ‘KB로지건당보험’을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했다.

해당 상품들은 대리운전업체가 운영하던 기존 단체보험 대비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로지소프트 산하 업체에 가입되지 않은 대리기사들은 가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리운전기사협회 관계자는 “보험업계가 기존 대리운전보험의 문제점을 보완해 대리운전 기사 특화 상품들을 개발하고 있지만 정작 개별 대리기사들은 해당 상품을 가입할 수 없다”며 “특정 업체를 거치지 않고 개별 가입이 가능한 상품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야 대리기사들의 권익도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