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 논란 '격화'



[보험매일=방영석기자] 금융당국이 도입을 추진 중인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을 놓고 보험업계와 의료업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의료업계는 실손보험 청구대행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실손보험 심사 방안을 민간보험사의 손실을 국민과 보건의료기관에 전가시키는 행위로 규정, 즉각 중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보험업계는 의료업계가 국민 건강권을 볼모로 비급여 치료 수가 안정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책임을 보험사에 돌리고 있다고 반발했다.

◇ 의협, 주요 일간지 광고 ‘국민 재산권 침해’ 부각
대한의사협회는 28일 자 주요 일간지에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의협은 광고에서 실손보험의 보험료 청구 업무를 보건의료기관에 이전하는 ‘실손보험 3자 청구제’가 시행되면 국민의 건강권이 침해될 것이라 주장했다.

의협은 앞서 지난 21일에도 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 등 보건의약단체와 함께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실손의료보험 청구대행은 민간보험사의 손실을 국민과 보건의료기관에 책임 전가시키려는 얄팍한 시도"라며 즉각 중지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의료업계는 민간 보험사가 보험가입 및 보험료 인상 과정에 의료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 환자 복지 증진보다는 보험사 이익만 추구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손보험 3자 청구제’가 시행될 경우 의료기관은 환자의 진료기록을 보험회사에 전송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사가 현재보다 손쉽게 환자정보를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업계는 보험사가 청구대행 제도화를 통해 가입자의 보장을 높이는 대신 보험사의 손해율이 낮고 이익을 증대시킬 수 있는 상품 위주로 개발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의료업계는 청구대행 방안이 궁극적으로 실손보험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를 염두에 두고 시행되는 제도로 보고 있다.

공적 성향을 지닌 심평원이 민간보험인 실손보험 심사를 담당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보험사들의 로비에 따라 국민 건강권을 심각하게 훼손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광고를 통해 "국민의 진료기록이 유출되면 보험사는 환자에게 불리한 보험상품으로 갱신을 유도하거나 신규 보험가입을 거절할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권과 재산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협은 "실손의료보험 청구대행은 소비자 편의를 위한 청구 간소화를 이유로 추진되지만, 실상은 보험사의 이권을 위한 제도"라며 "국민의 의료 선택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보험업계, “의료업계 주장은 적반하장”
보험업계는 비급여 수가를 안정화시키지 못한 의료업계가 청구대행 제도를 통해 공정한 심사와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되자 국민 건강권을 볼모로 논점을 흐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손보험 3자 청구제’는 의료업계가 의료기관마다 제각각인 비급여 수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마련된 만큼, 보험사에 책임을 전가하는 의료업계의 행위는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보험업계는 보험사가 의료 정보를 부당하게 축적하고 수익성 증진을 위해 악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행 청구제도에서도 소비자는 본인의 병력 기록을 보험사에 고지해야할 의무가 있으며, 청구대행은 보험금 지급 심사 과정에 필요한 정보만을 선별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제도란 설명이다.

또한 의료계가 보험사를 감독하는 금융당국과 심사 권위를 지닌 심평원을 보험사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기관처럼 묘사해 비급여 항목에 대한 공정한 심사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심평원은 의료업계와 보험업계의 이해관계를 떠나 공정한 심사가 가능한 조직이다”며 “의료업계는 국민 건강권을 볼모로 심평원의 심사를 거부하는 이기적인 행태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